성당을 다녀오면서 지하철에서 내내 윤고은의 1인용식탁 소설모음집을 다 읽었다. 윤정이에게 <무중력 증후군>을 추천받고 그녀의 소설이 언제쯤 나올까 기다리던 차였다. 늘 그렇듯...그녀의 문체는 내꺼로 만들고 싶다.영원히 잃어버리지않고 내꺼로 만들고 싶은...그래서인지 보고 또 읽어도 지겹지 않고 늘 새롭다.
마지막 편인 <홍도야, 울지마라>에서 나오는 아래의 문장을 보면서 감탄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홍도야 .울지마라 중 홍도는 초등생임.....>
담임을 보면 엄마가 떠올랐다. 담임이 서른셋, 엄마가 서른넷, 나이도 딱 좋다. 여러 모로 담임은 중매쟁이들이 탐낼 스타일이다. 번듯한 직장도 있고, 외모도 깔끔하고, 무엇보다 자상하다. 엄마로서는 젊은 애인이 생겨서 좋고, 나 역시 앞으로의 학교 생활이 편해질 것이다. 게다가 담임음 바람을 안 필 스타일이다. 딱 보면 필이 온다. 그건 굉장히 중요하다. 아빠가 바람둥이였기 때문에....
엄마를 두 번이나 과부로 만들 수는 없으므로 새 남자친구는 바람둥이가 아니어야 한다.
"선생님은 식성이 어떻게 되세요?"
"식성?먹는거?"(중략)...
1번 불량식품, 2번 웰빙식품.... 담임은 한참을 웃더니 웰빙식품을 먹겠다고 대답했다. 딩동댕! 엄마랑 잘 맞을 게 분명하다...
(중략)
소주병에 빨대를 꽂았다. 속이 타들어가는게 꼭 위장에 맨홀을 뚫는 것 같았다. 후룸라이드를 타고 내려가는 듯해 기분이 아팠지만, 나쁘지 않았다....(중략)내(홍도)가 처음으로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 북어국은 없었다. 콩나물국도 없었다.(중략)
학교 가는 내내 스키 강습이 떠올랐다. 소주는 스키와 같았다. 스키에 서투른 나는 멈추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정말 빠른 속도로 일직선으로 슬로프를 내려왔다. 소주에 서투른 나는 즐기는 법을 모르고 바로 뻗어버렸다. 비유가 멋진 것 같아서 이 이야기를 진우에게 했더니 진우는 내게서 갑자기 술냄새가 난다고 했다. (중략) 나는 어쩐지 그 표현이 싫지 않았다. 술냄새는 그 어떤 향수보다 더 강렬한 , 최고의 향수였다.
<일인용식탁중..>
혼자 먹는 식사는......? 지겹다...
1인용식탁 학원 수강 후...
혼자 먹는 식사는....? 즐겁다...
1단계 커피숍,빵집,분식집,패스트푸드점, 동네 짱개집, 푸드코트 구내식당...
2단계 - 이태리레스토랑,한정식집, 패밀리레스토랑
3단계-결혼식, 돌잔치
4단계- 고깃집, 횟집
5단계-돌발상황...
..........................................
개인적으로 윤고은의 1인용식탁이 아니더라도 3단계까지는 무난히 수강후 통과가능하다. 그런 경험도 있고...
이 소설집에 나온 소설들은 각기 개성이 뚜렷하고 상상력의 날개는 어디까지 펼쳐질 수 있는지 가늠하게 해주는 작품들이다.
달콤한 휴가, 인베이더 그래픽, 박현몽 꿈 철학관, 로드킬, 타임캡슐 1994, 아이슬란드, 피어싱, 홍도야 울지마라...
각각의 제목이 그러하듯..내용또한 기발하고 독특하다.
내가 사랑할 수 밖에 그리고 빠져들수 밖에 없는 이유는...소설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1인용식탁과 인베이더 그래픽 주인공을 조금 섞으면 내 모습을 찾아볼 수 도 있겠다.
소설속의 주인공이 현실의 내 일부인듯하고..내가 소설의 주인공인듯하고...
활자에 빠지는 순간순간 마음을 즐겁게 감탄을 날리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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