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기사출처 :프레시안 홈페이지http://www.pressian.com/article/author_article_list.asp?article_num=60091210142214

기후변화회의 희망을 전할 수 있을까?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7일부터 열린 이번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5)의 협상장 주변 곳곳에는 '호펜하겐(Hopenhagen)'이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다. '희망(HOPE)'이라는 단어와 코펜하겐(Copenhagen)의 이름을 붙여 만든 것이다.

이 단어에는 이번 코펜하겐 회의가 각국의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기후 위기 시대를 사는 인류에게 희망이 되는 자리가 되기를 열망하는 마음이 들어있다. 그러나 희망이 되어야 할 코펜하겐 회의에는 본격적인 고위급 회담이 시작되기도 전에 개최국 덴마크로 인해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코펜하겐을 절망에 빠뜨린 '덴마크 문서'

지난 몇 주간 덴마크 정부가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합의서'를 작성해 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결국, 이 소문은 8일 영국 <가디언>에 의해서 합의서 초안이 공개되면서 사실로 밝혀졌다.

theinspirationroom.com

이번에 유출된 일명 '덴마크 문서(Danish Text)'를 보면, 선진국(Annex 1)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Non-Annex 1)도 온실가스 강제 감축 의무를 져야 한다. 1997년 마련된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에만 감축 의무를 지웠었다. 더구나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으로부터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받으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의 모니터링을 받아야 한다.

물론 이 문서는 전 세계가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50퍼센트를 감축하고, 이중 80퍼센트를 선진국이 감축해야 한다고 명기함으로써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선진국들의 획기적인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현재 인구 당 배출량을 생각했을 때 허수나 마찬가지다. 다시 말하면 인구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개발도상국보다 월등히 높은 선진국의 경우 80퍼센트를 감축하더라도, 여전히 개발도상국 인구 당 배출량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 많은 것이다.

이에 132개의 개발도상국이 속해있는 'G77&China' 그룹의 의장 수단의 루뭄바 디아핑(Lumumba Di-Aping)은 덴마크 총리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Lars Lokke Rasmussen)에게 "회의를 주최한 호스트로서의 중립적인 역할을 다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결국 선진국을 보호하는 입장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조금씩 들어나는 선진국의 본심

지난 2007년 발리에서 열린 제1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발리 행동 계획(Bali Action Plan)이 마련되었다. 여기에서는 개발도상국들이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선진국의 지원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이런 지원을 받으려면 개발도상국은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서 측정 가능하고, 보고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MRV·Measurable, Reportable, Verifiable) 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런 진단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것. 결국 선진국은 기후 부채에 대한 자신의 의무를 다하기보다 오히려 개발도상국에게 선진국으로부터의 지원을 받기 위한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 이번에 공개된 선진국의 이해가 반영된 초안에도 이런 점이 명확히 들어 있다.

장기적 재정 지원에 대한 명확한 수치도 빠져있다. 이 초안에는 연간 100억 달러를 개발도상국의 기후 변화 대응 초기 지원 재정으로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난 11월 영국 총리인 고든 브라운이 처음 제시한 1000억 달러에 비하면 매우 적은 금액이다.

이에 루뭄바 디아핑은 "문서에 명기된 금액은 개발도상국 시민에게 커피 한 잔 나눠주는 값만도 못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털어놓았다.

ⓒ프레시안

새로운 코펜하겐 합의서

이번 기후변화회의가 중요한 회의만큼 진통도 많을 것으로 예상 되었지만, 회의 초반에 붉어져 나온 덴마크 정부가 작성한 초안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충돌이 더욱 과열되고 있다. 점점 올해 기후변화회의가 더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지면서 회의적인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은 인정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질 수 없다는 태도는 우리의 미래를 보장 할 수 없다. 여기 모인 모든 정부 대표단은 반드시 이번 회의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코펜하겐 합의서 도출을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다.
 

/조보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코펜하겐

Posted by 치즈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