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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각 단계의 우선순위를 놓치지 않도록 노력하라

손지애 국장은 국내에서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손꼽히는 여성 리더 중 한 사람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CNN의 현지인 지국장이 되었으며 1995년, 지금의 자리에 오른 이래 14년째 CNN 서울지국을 책임지고 국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뉴스들을 전 세계 20억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그녀는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출신으로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서 4년을 지낸 것 외에는 외국에서 생활한 적이 없는 국내파다. 영어 좀 한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교포도 아니고 외국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것도 아닌 그녀가 영어를 주언어로 하는 직업을 갖기까지는 대단한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것도 그냥 대화하는 수준이 아닌 정확한 언어를 구사하고 의견을 피력해야 하는 언론인이 되기 위해서는 상상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을 터. “어릴 적 영어와 친해질 기회를 얻은 덕에 기본적인 틀은 갖출 수 있었지만, 영어권으로 유학이나 연수를 다녀온 적이 없기 때문에 언어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어요. 지금도 요즘 스타일 언어나 유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늘 연습합니다.”

인생 각 단계의 우선순위를 놓치지 말아라
그녀의 이력은 실로 대단하지만 손지애 국장에게서 닮고 싶은 점은 단지 훌륭한 커리어나 자기 관리 능력만은 아니다. 그녀는 오래전 한 인터뷰에서 “아이를 안을 때 느낌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Eternity’다. 한없이 잘났다고 생각했던 내가 이 작은 아이 앞에서는 힘을 못 쓰고, 내가 이룬 그 어떤 일도 아이 앞에서는 무색해지며, 한없이 겸손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기자는 아직 미혼임에도 불구, 그 말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녀는 20대에 결혼을 해 3명의 자녀를 낳고, 모두 모유로 키웠다. 칼퇴근 하는 일반 직장에서도 모유 수유는 쉬운 일이 아닌데 밤낮이 따로 없이 뛰어다니는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이 셋을 모두 모유로 키웠다는 것은(게다가 셋째는 1년이나 모유를 먹였다) 보통 의지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이들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나중에 좋은 과외며 학원 교육을 시킬 자신도 없지만, 엄마로서 확실히 해줄 수 있는 건 모유 수유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일이 바쁠 때는 2~3주분의 모유를 날짜별로 얼려두고 먹일 만큼 일하는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녀는 30대 후배들에게 내 목숨을 내놓아도 아깝지 않은 아이를 낳는 ‘권리’를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사람들은 커리어를 보고 나를 많이 알아보지만 더 나이가 들고 인생을 뒤돌아 보면 직업이나 직장은 지나가는 것일 뿐, 인생의 절대 목표가 될 수 없어요. 내가 세상에서 사라지고 난 후에도 남아 있을 것은 아이들이고, 내 모든 게 아깝지 않게 사랑할 수 있는 것도 아이들뿐이지요.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멀리 보고 의미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40대를 보내면서 깨닫게 된 것 증 하나는 인생의 우선순위를 놓치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살다보면 치열하게 일해야 할 때가 있고, 사랑하고 결혼해 아이를 낳아야 되는 자연스러운 때가 있는데, 한쪽에 치중해 눈앞의 일만 보고 단편적인 결정을 내리는 후배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고. 인생을 길게 놓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고, 각 단계의 중요한 순간을 지나치지 않도록 노력하라는 것이 선배 손지애가 하는 또 하나의 당부다.

손지애가 생각하는 40대
요즘은 40대를 또 다른 20대라 말한다. 그녀에게 ‘당신의 20~30대는 어떠했는가’를 묻자 하고 싶은 일이 끝이 없었던 욕심의 전성기라 일을 왕성하게 벌여 놓았고, 30대는 이를 이행하는 시기였다 회상한다. 그리고 40대가 된 지금은 20대 때와 마찬가지로 제2의 인생을 위한 또 다른 욕심의 전성기라고 한다. 현재 그녀의 인생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해온 일 외에 새로운 세계를 접해보려는 시도다. “제가 원래 일을 모든 벌이고 보는 스타일이에요. 사실은 바쁘고 정신없게 너무 많은 걸 벌여놓아서 가만히 앉아 내가 40대에 들어섰다는 걸 느낄 겨를도 없었죠(웃음). 40대가 되어 달라진 거라면 좀 더 어른이 된 것 같다는 정도, 이제는 제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또 개인적으로는 또 다른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고요.” 그녀는 현재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써 대학 강단에도 서고,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야간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또 새롭게 해보고 싶은 일이 생겨 QTV의 리얼리티 쇼 ‘The Moment Of Truth Korea’에 심사위원도 맡고, 매일경제의 쇼도 준비하고 있다. 지금 이렇게 그녀는 20대 못지않은 열정으로 일을 잔뜩 벌여놓았다. “주변 친구들을 보아도 40대 즈음엔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에 대한 의욕들이 생기는 때예요. 40대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나이라 생각합니다.”기획 조민정,오영제 | 포토그래퍼 박유빈 | 레몬트리